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재편하는 핵심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한국은 스테이블코인을 바라보는 관점과 규제 정책, 제도 설계 측면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민간 중심의 유연한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중앙집중형 관리와 금융안정성 확보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한국과 미국의 정책 및 시장 환경을 비교해보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모색해봅니다.
미국: 민간 주도의 제도화와 시장 확장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테더(USDT), 유에스디코인(USDC), 페이팔 USD(PYUSD) 등 다양한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습니다. 2025년 미국 상원은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통과시키며,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제도화했습니다. 이 법은 발행자에게 100% 준비금 보유, 실명제 도입, 자금세탁방지(AML) 준수 등을 요구함으로써 스테이블코인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강화했습니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비은행권 스테이블코인 발행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기업의 시장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JP모건의 ‘JPM’, 페이팔의 ‘PYUSD’, 서클의 ‘USDC’ 등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스테이블코인을 혁신 자산이자 금융 인프라로 받아들이려는 태도를 반영합니다. 규제를 통해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혁신의 속도를 늦추지 않는 것이 미국의 전략입니다.
한국: 중앙 통제 중심의 신중한 접근
한국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보다 보수적이고 신중한 접근을 취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을 화폐의 대체재로 간주하고 있으며, “비은행이 발행하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통화정책 유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습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조차 허용되지 않고 있으며, 2025년 기준으로도 관련 샌드박스 실험은 제한적입니다. 과거 다날이 발행한 ‘페이코인(PCI)’도 법적 지위 문제로 결제 기능이 정지되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2단계'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시도 중입니다. 이 안에는 발행 요건, 담보 자산 기준, 공시 의무 등이 포함될 예정이며, 특히 은행권 중심 발행 모델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중앙집중적이고 규제 우선의 접근은 민간의 혁신 속도를 떨어뜨릴 수 있으며,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이 디지털 결제 플랫폼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자체 생태계 구축에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금융시장 관점에서의 구조적 차이
미국과 한국은 스테이블코인을 받아들이는 금융시장 구조에서도 차이를 보입니다. 미국은 달러라는 기축통화를 기반으로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자국 내 스테이블코인을 세계 결제 네트워크에 직접 연결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외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기준 국내 5대 거래소의 스테이블코인 거래금액 57조 원 중 83% 이상이 테더(USDT)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디지털 달러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또한 미국은 민간 주도의 기술력, 법률 대응 능력, 자산 운용 역량이 뛰어난 반면, 한국은 은행 중심 금융구조와 강한 감독 체계로 인해 민간의 실험 여지가 좁은 편입니다. 이러한 구조적 차이는 스테이블코인 활용도, 시장 확장성, 해외 진출력에서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한국이 금융주권을 유지하고, 디지털 결제 플랫폼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민관 협력 모델을 확장하고, 규제와 혁신의 균형점을 조속히 찾아야 할 시점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금융혁신의 중심에 서 있으며, 각국의 대응 방식은 미래 금융시장 지형을 결정지을 핵심 요소입니다. 미국은 유연한 규제와 민간 중심의 확산 전략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중앙 집중형 관리로 인해 도입 단계부터 제약이 존재합니다. 디지털 화폐 시대, 한국이 글로벌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선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신속히 추진하고, 보다 개방적인 금융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